이번 여행은 혼자가 아니었음. 원래는 친구 두 명이랑 셋이서 오기로 했던 다낭 여행. 근데 출국 직전 한 명이 못 오게 되면서 남은 친구가 여자친구를 데려오겠다고 함. 말릴 틈도 없이 그렇게 돼버렸고, 나는 커플 여행에 끼인 어정쩡한 제3자가 되었음. 셋이서 하는 액티비티, 셋이서 먹는 식사, 셋이서 찍는 사진. 처음 이틀은 웃으며 넘겼지만, 셋째 날 밤부터 내 속이 조금씩 비틀어지기 시작함. 친구는 술 취하면 여자친구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댔고, 나는 그 옆자리에서 맥주를 혼자 들이켰음. 그날 밤, 풀빌라로 돌아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혼자 빠져나옴. 그냥 어디든 상관없었음. 무작정 길을 걷다, 다낭 가라오케라는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옴.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 발걸음을 옮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무언가 낯선 공기와 함께 익숙한 외로움이 동시에 밀려옴. 룸은 조용했고, 직원이 물음. “세트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그 말에 잠깐 망설였지만, 오늘은 나에게 상이라도 주는 기분으로 양주세트를 골랐음.

팁과 룸비까지 포함된 구성.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조명을 바라보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함. 그리고 초이스가 들어왔음. 세 명의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베트남 여자. 걸음걸이부터 시선 처리, 웃음의 각도까지. 얘다. 라고 본능이 말했음.

그녀는 말없이 다가와 조용히 내 옆에 앉았음. 별다른 인사도 없이 맥주를 들어 내 잔에 따라주고, 시선은 잔잔하게 내 얼굴을 훑었음. 그러고는 내가 초이스한 베트남 여자가 조용히 물었음. “혼자 오셨어요?” 짧게 고개만 끄덕였는데, 그녀는 말없이 웃더라. 그 미소 하나에 뭐랄까, 묵직하게 쌓여 있던 오래된 스트레스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음. 그 웃음이 특별히 화려하거나 유혹적이었던 것도 아닌데, 묘하게 마음을 건드렸음. 그저 자연스럽고 편안한, 하지만 깊게 파고드는 그런 웃음이었음. 술이 조금씩 돌기 시작하자, 그녀의 손이 가볍게 내 어깨에 머물렀고, 말보다는 눈빛과 손끝이 오고갔음.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걸 말해주는 느낌. 그녀는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고, 대신 손이 먼저 움직였고, 눈으로 나를 읽으려 했음. 베트남 여자, 그녀는 리듬을 알고 있었음. 어떤 템포로 다가가야 하고, 어느 타이밍에 머물러야 하는지 몸으로 아는 사람 같았음. 내가 과일 접시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는 먼저 포크를 들어 과일 하나를 집어 건넸고, 그 손끝이 내 손등에 살짝 스치며 전해지는 감촉에 말문이 막혔음.

그 이후로는 굳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그녀의 손이 자연스럽게 내 무릎을 스치며 지나갔고, 나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그 감각을 따라가고 있었음. 그 상황에서는 말보다 감각이 더 솔직했고, 분위기가 대화를 대신하고 있었음. 그녀와의 거리는 가까웠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았고, 그 거리 안에서 오고 가는 감정들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흘러갔음. 술, 눈빛, 손끝, 그리고 말 없는 호흡. 그런 공기 속에서는 말보다 더 명확한 것들이 오고 간다는 걸, 그날 처음 느꼈음. “방 옮겨요.” 그녀가 먼저 조용히 말했음. 말투에 망설임은 없었고, 이미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있었음. 170불 숏타임 코스, 붐붐 포함. 침대 시트를 손으로 쓸어보며 확인한 뒤 수건을 깔끔하게 펼쳐놓았음. 그 모든 행동이 일상처럼 익숙했지만, 동시에 정성스러웠음. 옷을 벗는 것도 급하지 않았고, 격한 움직임도 없었음. 그냥 하나씩 천천히, 마치 벗는다는 행위 자체를 감정처럼 풀어내는 방식이었음.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다가와 무릎을 꿇고 입맞춤을 시작했음. 그 순간 방 안 공기의 온도가 바뀌었고, 내 호흡도 달라졌음. 베트남 여자, 그녀는 단순히 테크닉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음. 감정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천천히 몸을 얹는 듯한 섬세함이 있었음. 입술이 내 입술을 따라오고, 손이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몸이 나를 덮을 때쯤엔 내 생각도 말도 전부 사라졌음. 그녀의 움직임은 격정적이면서도 절대 거칠지 않았고, 호흡 하나까지 맞춰주는 듯한 정교함이 느껴졌음.

마치 몸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손끝으로 감정을 짚고, 입술로 흐름을 정리하고, 허리로 리듬을 타는 느낌. 나는 힘을 주지 않았고, 그녀는 그 속에서 스스로 흐름을 만들었음. 자연스럽고 매끄럽고,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순서처럼 모든 게 이어졌음. 방 안은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속에 더 많은 감각이 살아 있었음. 땀방울이 흘러도 어색함은 없었고, 서로의 숨소리만으로도 충분했음. 그 밤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었고,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감정의 미로 같았음. 처음엔 가벼운 터치에서 시작된 순간이, 나중엔 내 존재 전체를 맡기게 될 줄은 몰랐음. 그녀는 기술자가 아니었음. 감정으로 조율하고, 리듬으로 이끄는 연주자였음.

그날 밤, 나는 한 곡의 음악이 되었고, 그녀는 그걸 완벽하게 연주했음. 끝나고 나서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그녀는 내 티셔츠를 소매에 걸어 두고 있었음.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오늘 오길 잘했어요.” 그냥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음. 베트남 여자, 그녀는 그날 밤 내가 놓고 있던 모든 감정을 주워 안아준 사람이었음. 다낭 가라오케에서의 그 만남은 단순한 해소가 아니라 해방이었고,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던 감정까지 씻겨나간 밤이었음. 호텔로 돌아가는 택시 안, 친구는 자고 있었고, 친구 여자친구는 조용히 드라마를 보고 있었음. 나만의 밤이었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기억일지 몰라도, 내겐 잊지 못할 진짜 ‘여행’이었음. 베트남 여자, 그날 그녀는 내가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데 꼭 필요한 존재였음.